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 '1조' 돌파…역대 최고 수준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 통과 시 보험료 6000억 절감 기대
국회 정무위는 27일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고 보험사기 알선·권유 행위 금지 및 처벌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개정안이 소위에서 가결되면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 본회의 문턱을 차례로 넘어야한다.
보험업계는 "어느 때보다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하는 등 보험업계의 숙원이 풀리고 있다는 점이 낙관론을 키운다.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보험사기방지법은 지난 2016년 3월 제정돼 같은 해 9월 시행됐다.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및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기 수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징역형을 받는 경우가 드문 등 처벌 수위가 약한 점도 문제시된다.
소위가 이날 심사한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은 △보험업 관련 종사자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보험사기 알선·권유 행위 금지 및 처벌 △보험사기 유죄 확정 판결 시 보험금 반환 의무 도입 및 보험계약 해지 △보험산업 관계자의 보험사기 시 가중처벌 △보험사기 정부합동대책반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이 더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험사기 규모는 갈수록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818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적발인원도 최초로 10만 명을 돌파해 10만2679명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은 1050만 원으로 고액화되는 추세다.
보험사기 유형은 크게 △고의사고 △허위사고 △사고내용 조작으로 나뉜다. 사고내용 조작 유형의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681억 원으로, 전체의 61.8%를 차지했다. 이어 허위사고 1914억 원(17.7%), 고의사고 1553억 원(14.4%)이었다.
최근 보험사기는 반사회적 범죄로 확대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 등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브로커가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등 조직화되고 살인·상해 등 보험금을 노린 강력범죄가 늘어나는 등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브로커 문제가 심각해지자 경찰청도 '보험사기 근절'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국 시·도 경찰청에 보험사기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조직·악의적 보험사기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 이번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이 소위에 올랐다"면서 "그간 보험사기방지법의 미흡한 부분이 개정안 통과로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손해보험사의 지급 보험금과 보험사기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으로 보험사기 액수가 10% 감소한다면 약 6000억 원의 보험료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인 절감액은 △자동차보험 1793억 원 △실손 외 장기손해보험 1136억 원 △개인실손보험 1064억 원 △합산 장기손해보험 2072억 원 등이다. 보험료가 절감될수록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이는 보험사의 지급 보험금에 보험사기 발생률(보험연구원의 추정치)을 곱해 보험사기 금액을 산출하고 보험사기가 10% 감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사기금 감소액에 평균 손해율(금감원 추정치)을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윤 의원은 "보험사기는 가담자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와 결부된 민생 침해 범죄의 전형"이라면서 "특별법과 같은 특단의 대책으로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들어 보험업 관련 종사자가 보험사기를 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개정안 통과 시 보험사기 증가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upinews.kr